2014시즌 한국프로야구 핫(hot)한 남자, 히메네스!!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는 또 한 명의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 합류한 루이스 히메네스가 그 주인공이다. 롯데 팬들은 또 다시 그들 앞에 등장한 ‘리그 최고의 4번 타자’를 지켜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히메네스의 영입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 펠릭스 피에(한화) 등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속속 한국으로 들어오던 상황이었다. 그들에 비해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히메네스의 경력은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게다가 시범경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개막전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그런 의혹 어린 시선은 더욱 짙어져 갔다.
하지만 이게 왠걸. 히메네스는 1군에 합류하자마자 무시무시한 타격을 선보이며 롯데 타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놓았다. 4월 10일 데뷔전에서 자신의 첫 안타를 끝내기 3점 홈런으로 장식하더니, 26일 SK전에서도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슈퍼스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4월 10일 사직 LG전 히메네스 끝내기 홈런후]
히메네스는 지금까지 15경기에서 5홈런 16타점, 타율 4할1푼8리를 기록하며 롯데의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특히 득점권에서 18타수 8안타(3홈런)로 4할4푼4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빠졌던 7경기에서 평균 4.3득점을 기록했던 롯데는 히메네스 합류 후 경기당 평균 6.5점의 놀라운 득점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들을 포함해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히메네스의 약점을 지적하고 있고, 상대팀들은 그를 막기 위한 수비 시프트를 들고 나온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15경기 중 13경기에서 안타를 쳤고, 그 중 9번은 멀티히트였다. 조만간 규정타석을 채우게 되면 각종 타격 부문의 최상위권에 히메네스의 이름이 한 자리씩 차지할 전망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선수를 만나 ‘인간 히메네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헬멧을 벗고 만난 히메네스는 유머 감각이 넘치는 유쾌한 사나이였다.
Q) 벌써 두 번의 끝내기를 기록했다. 느낌이 어땠나?- 매우 기분 좋다. 야구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이나 안타는 굉장히 특별한 일이다. 나 역시 매우 흥분했고, 즐거웠다.
Q) 타석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인데 평소엔 쾌활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인 것 같다.- 경기를 할 때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고, 그걸 어느 순간에는 폭발 시켜야만 한다. 그래서 타석에서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평소에 장난을 많이 치는 것은 동료들을 알아가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이기도 하다. 사실 난 여기 한국에 처음 왔기 때문에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배워가는 입장이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그런 것들을 일찍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 장난 치는 모습이 많이 비춰지는 것 같다. 좀 더 빨리 배우고 한국 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Q) 응원가가 한창 화제다. 응원가의 원곡이 ‘날 보러 와요’라는 뜻인 걸 알고 있나?- 아니, 전혀 몰랐다. 그냥 내 이름을 부르는 줄 알았는데 그런 뜻이 있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응원가 자체는 마음에 든다. 특이하고 재밌다. 그런데 안무가 조금 여성스러워서 그것 때문에 동료들이 많이 놀린다. 내가 따라 해보기는 힘들 것 같다.(웃음)
Q) 한국야구, 처음 경험해보니 어느 점이 다른가? 투수들은 어떤가-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것만 말해본다면, 일단 한국 야구는 관중 문화가 특이하다.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준다는 건 미국이나 일본과 같지만, 그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20대의 젊은 층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 같다. 관중들이 큰 소리를 내며 굉장히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베네수엘라와 조금 비슷하다. 투수들은 컨트롤이 상당히 좋다고 느꼈다. 빅리그 투수들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선수도 있고, 변화구를 잘 구사하는 선수도 있다. 몸 쪽 공도 과감하게 잘 던지는 것 같다.
[사진 : 4월 26일 사직 SK전 히메네스의 끝내기 안타후]
Q) 헬멧에 새겨져 있는 과녁(?)을 보면서 집중하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는지, 그리고 확실히 효과는 있는가?- 6년쯤 전부터 시작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단순한 ‘눈 운동’이다. 눈 주변의 작은 근육들을 움직여서 풀어주는 것이다. 사실 타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큰 차이점도 못 느낀다.(웃음) 오랫동안 습관처럼 해온 운동이라서 지금도 빠뜨리지 않고 하는 것뿐이다.
Q) 홈런을 날린 후 헬멧을 두들기는 세레머니의 뜻은?- 3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뛸 때 몇몇 선수들끼리 모여서 세리머니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누가 헬멧을 두들기는 동작을 제안했고, 다들 마음에 든다며 동의했다. 나를 포함해 그때 모였던 선수들은 어딜 가든 동일한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생각인데, 지금 동료들과 함께하는 세리머니가 만들어진다면 함께할 의향은 있다.
Q) 몸에 새기는 문신은 보통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던데, 어떤 의미가 있나?- 오른팔 손목에는 아이들(아들 3명)의 생년월일을 새겨놓은 것이다. 오른 팔뚝에 새긴 것은 부모님의 이니셜이다.
[사진 : 히메네스 문신1]
오른 어깨 아래의 선처럼 새긴 것은 14살 때 내가 처음으로 한 문신이다. 이걸 새긴 후 어머니한테 멍이 들도록 맞았던 기억이 있다.(웃음) 나는 카톨릭 신자라서 나중에 그 윗부분에 신의 형상을 새겼고, 후광 같은 장식을 넣으면서 처음 새겼던 문신과도 좀 어울리게 만들었다. 왼쪽 상박에는 영혼과 신의 손의 보호하심을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이 문신은 ‘로베르토 김’이라는 한국계 베네수엘라인이 새겨줬다.(사진 히메네스 문신1)
왼쪽 팔뚝에 있는 문신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사는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이 동그란 부분은 지구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아메리카 대륙이 있고, 왼쪽 끝에 보이는 작은 섬은 일본이다. 야구공 모양으로 그려서 내가 야구선수로 뛰었던 나라들을 표현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글자들은 ‘My Own World’를 각각 베네수엘라어, 영어, 그리고 일본어로 한 단어씩 새긴 것이다. 조만간 지구에 한국도 그려 넣고, 아래 쪽에 ‘Forever’를 한글(포에버)로 새길 생각이다. 그럼 ‘My Own World Forever’가 완성된다.(사진 히메네스 문신2)
[사진 : 히메네스 문신2]
그 주위에는 내가 존경하는 세 명의 베네수엘라 카톨릭 성인이 새겨져 있다. 양치기였던 디비나 파스토라(Divina Pastora), 베네수엘라에서 의료 선교를 했던 호세 그레고리오 헤르난데스(Jose Gregorio Hernandez), 그리고 과달루페의 성모(Virgen de Guadalupe)가 그들이다. 내가 믿고 따르는 이들이 내 세계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등에는 곰 문신이 있다. 난 곰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친구들이 곰처럼 생겼다고 놀렸는데(웃음), 그래서 새긴 건 아니다. (히메네스는 문신 이야기가 나오자 굉장히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후 일본어로 새겨진 글자는 ‘월드’라는 발음이 아니라는 한 구단 관계자의 말에 좌절하고 말았다.)
Q) 외국에서 뛰고 있으면 가족이 그리울 것 같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당연히 가족은 내게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정말 가족들이 그립고 보고 싶다. 미국에서 야구를 할 때는 시즌이 개막하면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살았는데, 이렇게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아침마다 아들과 통화를 하는데, 아이에게 ‘아빠 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야구는 내게 있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 있어서는 희생할 수밖에 없다. 그 희생이 나중에는 더 좋은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많이 이해해주고 있어 고맙다. 사실 지금 베네수엘라는 정치적인 부분을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는 점이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고 야구에 집중해서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다.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중 내가 유일하게 베네수엘라 출신이기 때문이다.
[사진 : 히메네스의 휴대폰과 집중력 사진 헬멧]
Q) 어떤 경위로 롯데에서 뛰게 되었나?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에 대한 질문은 곁에 있던 구단 관계자가 대신 해주었다) 히메네스의 입단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미 2년 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히메네스를 주목하고 있었다. 나중에라도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면 접촉할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던 선수다. 과거 삼성에서 뛰었던 훌리오 프랑코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히메네스를 추천했다. 프랑코가 히메네스에게 전화를 해서 의사를 타진했고, 히메네스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 히메네스는 일본에서 실패했던 것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고, 아시아 야구에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Q) 데이빗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받은 낡은 글러브를 들고 다닌다고 들었다. 그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오티즈는 덩치 큰 파워히터라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 이 선수의 야구 스타일이나 야구를 대하는 법, 팬들에게 잘해주는 모습 등이 나와 잘 맞아서 좋아하게 됐다. 2006년 레드삭스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참여했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오티즈와 매니 라미레즈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을 만났는데, 다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당시 오티즈에게 두 개의 글러브를 받았는데, 다른 하나는 집에 있다. 지금 가지고 다니느 것은 지난 8년 동안 내가 실제로 사용해온 것이다.
Q)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언제 어떻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나?- 6살 때 처음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서 시골에서 도시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동네 아이들이 야구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동네 구단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봤는데, 돈을 얼마 내면 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로서는 큰 액수였고, 우린 가난했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안토니오 알바레즈라는 사람이 도와줬다. 그 분이 구단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잘 해줘서 돈을 내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야구를 굉장히 못했다. 2년 동안 안타를 10개 정도 쳤나 싶다. 대신 어머니께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배웠다. 야구 자체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코치와 동료들이나 상대편까지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다. 어머니 덕에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Q) 롯데라는 팀은 어떤가? 마음에 드나?- (정색하며) 아니다! (조금 있다 웃으면서) 농담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좋은 팀이다.
Q) 롯데의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가능할 것 같나?- 당연히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좀 더 세밀한 부분을 신경 쓰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겠지만, 이 상태로 집중하고 게임 자체를 즐기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Q)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특별히 숫자로 목표를 말하고 싶진 않다. 앞으로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저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데 일조하는 것이 팀의 목표이자 개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팬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덩치나 다른 특이한 점이 아닌 야구를 잘하는 선수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Q)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금처럼 계속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항상 이길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맙다.
// Interviewed by 김홍석(롯데자이언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