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칼럼] ‘포수’ 강민호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다!
6년 만에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가 이번 오프시즌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FA 자격을 획득한 안방마님 강민호의 잔류 문제였다. 그리고 롯데는 역대 FA 사상 최대 규모인 4년간 75억원의 대형 계약을 통해 강민호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롯데 팬들에게 강민호의 잔류 소식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소식이었다. 사실 롯데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대호, 손민한, 김주찬, 홍성흔 등 팀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 혹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선수들을 떠나 보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앞으로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강민호를 볼 수 있다는 소식은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강민호는 20대의 나이에 FA 자격을 획득한 사상 첫 번째 포수다. 1985년생인 강민호는 현재 만 28세. 역대 포수들 가운데 20대의 나이에 이처럼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고졸신인으로 2004년 프로야구계에 뛰어든 강민호는 지난 10년 동안 1028경기에 출장했고, 125홈런 5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록을 다른 역대급 포수들의 만 28세까지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강민호의 특별함을 알 수 있다.
박경완, 김동수, 조인성, 진갑용, 그리고 홍성흔. 이들은 프로야구 초창기에 최고의 포수로 각광받았던 이만수 현 SK 감독과 더불어 ‘역대 최고 포수’를 논할 때 한 번쯤은 이름이 거론될만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 28세가 되는 시즌까지 프로 1군에서 쌓은 경력은 아래와 같다.
강민호는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1,000경기 이상 출장했고, 박경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홈런을 쏘아 올렸으며,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013시즌에도 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우며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강민호가 무난히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전망. 그렇다면 이 부분 또한 김동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적어도 만 28세가 되기까지 쌓은 커리어만 놓고 본다면 강민호는 ‘역대 최고의 포수’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프로야구에서는 20대 초반의 나이 어린 포수들이 1군의 주전 선수로 뛰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수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투수 리드’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경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쌓아야만 1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포수들이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1군의 주전 기회를 얻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강민호는 달랐다. 그는 데뷔 2년차부터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기 시작해 지난 9년 동안 연 평균 114경기에 출장했다. 이는 강민호의 자질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론 다른 대안이 없던 롯데의 팀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부터 1군의 주전 포수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은 강민호 개인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 아직 덜 다듬어진 상태에서 주전 포수마스크를 쓴 만큼, 미숙했던 시절 모습이 팬들의 뇌리에 그대로 남았고, 이는 그를 향한 나쁜 선입견을 낳고 말았다.
강민호라는 이름 뒤에는 ‘타격은 뛰어나지만, 투수 리드를 잘 못하고 수비가 약한 포수’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일부 팬들이 강민호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강민호는 실제로도 그런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그럴까? 1군에서 무려 9년 동안이나 풀타임을 소화하며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온 선수가 바로 강민호다. 그 동안 강민호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지금도 강민호의 투수 리드와 수비가 다른 포수들에 비해 부족하다 말할 수 있을까?
강민호는 지난 3년 연속으로 36%이상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유일한 포수이며, 올 시즌에는 38%가 넘는 도루저지율로 500이닝 이상 마스크를 쓴 포수들 가운데 단연 1위에 올랐다. 달리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블로킹 등에서도 매년 꾸준히 발전해왔고, 이는 전문가들도 모두 인정하는 바다.
투수 리드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라 객관적인 기록 지표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강민호의 투수 리드가 나쁘다고 평가하기엔 지난 몇 년 동안 롯데 투수진의 성적이 너무나 좋다.
롯데는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포수의 투수 리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투수들의 힘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 그렇다면 반대로 투수들의 성적이 좋다는 건 그만큼 포수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투수 리드를 볼 배합과 투수와의 호흡까지 포함한 총괄적인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강민호의 투수 리드 능력은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강민호는 국내 선수들은 물론 팀의 외국인 투수들과도 각별한 호흡을 자랑하는 선수다. 올 시즌 유먼과 옥스프링은 기자와 만날 때마다 강민호와의 호흡이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민호 특유의 친화력과 파이팅이 투수의 능력을 십분 끌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그가 가진 장점 중 하나로 인정해줘야만 한다.
년 처음으로 1군 주전 포수가 되었을 당시의 강민호와 2009년의 강민호, 그리고 2013시즌의 강민호는 전혀 다른 선수다. 예전의 아쉬웠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강민호를 평가해선 곤란하다는 뜻이다. 강민호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볼 배합이나 블로킹, 도루저지 등 과거 비판 받았던 부분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보통 포수들은 서른 안팎으로 전성기를 맞이한다. 앞서 언급했듯 포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고, 그 정도 나이가 되어야 시합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이제 30대를 앞두고 있다. 어쩌면 ‘포수 강민호’의 진정한 전성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포수가 있는 팀이 매년 우승을 차지하진 않았다. 하지만 우승한 팀에는 항상 좋은 포수가 있었다. 강민호는 팀의 우승에 공헌할 수 있는 레벨의 선수이며, 당금 프로야구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포수다. 강민호와 롯데자이언츠의 다음 4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 김홍석(롯데자이언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