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선발 트리오를 가을잔치에서 볼 수 없다니!
6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을 노렸던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팬들의 꿈이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롯데가 9월 들어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 두산과 넥센은 연승을 달리며 멀찌감치 도망갔다. 롯데와 4강권과의 격차는 8월까지만 해도 2.5게임이었으나, 이제는 7게임 이상 벌어진 상태. 이제 롯데는 올해의 마무리와 더불어 조심스레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롯데의 2013시즌
롯데 팬들에게 올 한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한 해였다. 새로이 김시진 감독을 영입하고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고비 때마다 지닌바 전력의 한계를 느끼며 주저앉고 말았다.
사실 팬들 가운데 롯데가 올해 우승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전력 누출이 있었다. ‘조선 최고의 4번 타자’ 이대호와 15승 투수 장원준, 그리고 ‘FA 모범사례’ 홍성흔과 ‘돌격대장’ 김주찬 등 최근 2년 동안 팀을 지탱해왔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팀을 떠났다.
상대적으로 전력 보강 요인은 미미했고, 팬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이대호와 홍성흔, 그리고 김주찬의 이탈은 롯데의 득점력 감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그런 와중에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한 때 4강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것에 박수를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시진 감독과 롯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그 아쉬움에 가려 올해 얻은 귀중한 성과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올해의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외국인 투수를 잘 뽑은 팀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 결과 프로야구 최고의 1~3선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이 점이 내년의 롯데 자이언츠가 희망적일 수 있는 이유다.
▲ 막강 선발 트리오가 포스트시즌에 미치는 영향
년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타고투저’가 가장 극에 달했던 시즌이었다. 당시 포스트시즌이 시작할 당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는 두산과 롯데였다. 이 해는 프로야구 출범 18년 만에 양대리그 제도가 시행되었고, 드림리그 1위 두산과 2위 롯데가 매직리그 1위 삼성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두산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던 롯데를 밀어내고 양대리그 통합 1위로 시즌을 마쳤고, 롯데는 평균자책점 1위, 팀 득점 2위의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삼성과 매직리그 2위 한화의 전력은 열세로 보였던 것이 사실. 특히 한화는 시즌 막바지에 10연승을 기록하며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케이스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해의 주인공은 8개 구단 중 승률 4위로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7전 4선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4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를 4승 1패로 꺾고 창단 1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 세 명의 선발투수 트리오가 있었다. 개인 통산 최고인 18승을 기록한 정민철과 15승의 송진우, 그리고 포크볼을 앞세워 14승을 따낸 이상목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그 위용을 맘껏 뽐냈다. 한화는 이들 세 명의 선발투수를 전면에 내세워 가을잔치 분위기를 주도했고, 정규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5.7점을 기록했던 롯데조차도 5차전까지 합계 13점밖에 얻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패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준비된 3명의 선발투수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즌이었다.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음에도, 포스트시즌을 접수한 건 한화의 1~3선발 트리오였다. 그리고 올해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선발 트리오를 보유한 팀이 하나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 리그 최고의 삼각편대 ‘유먼-옥스프링-송승준’
롯데의 4~5선발은 리그에서 가장 약한 축에 속한다. 득점력도 평균 이하다. 하지만 평균 이상의 불펜을 보유하고 있으며, 1~3선발의 위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9개 구단을 통틀어 롯데 만큼 1~3선발 카드가 확실한 팀은 어디에도 없다.
좋은 선발 투수라면 긴 이닝을 던지면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또한 많은 승리를 따내야 한다. 올 시즌 현재 리그에서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모두 15명이다. 150이닝 이상을 소화 중인 선수는 14명. 그리고 10승 이상을 기록 중인 투수는 모두 17명이다.
➦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 중인 투수라면 ‘에이스’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현재 9개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든 투수들 가운데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투수는 총 9명에 불과하다.
현재 4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윤성환), LG(리즈), 넥센(밴헤켄), 두산(노경은)이 한 명씩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SK(세든)와 NC(찰리)도 한 명씩의 에이스 카드를 가지고 있다. KIA와 한화는 그 정도의 투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그런데 4강권 팀에서도 한 명씩 밖에 없는 수준급 선발투수가 롯데에는 3명이나 존재한다.
유먼ྭ승 4패 3.49)과 옥스프링ྫྷ승 7패 3.43), 그리고 송승준ྪ승 6패 3.97)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세 명의 투수는 그 어떤 팀과 만나더라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발요원들이며, 전반기보다 후반기의 성적이 더 좋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다승 및 퀄리티스타트 횟수, 그리고 투구이닝 등 선발 투수의 주요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유먼은 리그 최고 수준의 에이스 중 한 명이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이제는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옥스프링 역시 훌륭한 피칭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송승준도 후반기 들어 6승 2패 평균자책점 3.38의 좋은 성적을 통해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현재 4강권을 형성하고 있는 LG-삼성-두산-넥센에도 좋은 투수들이 상당수 있지만, 1~3선발의 무게감에서는 롯데에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다. 타력에서는 롯데가 상위 네 팀에 비해 열세인 것이 사실이지만, 가을은 언제나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시기가 아니던가.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1~3선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막강 1~3선발에서 ‘완벽한 5인 로테이션’으로의 진화 가능성
물론, 아쉽게도 올해의 롯데는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확실한 1~3선발 카드를 보유하고도 그 위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저 정도의 투수들을 가을잔치 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만약 롯데가 어떻게든 4강에 올라갔다면, 올 가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는 아쉬움을 삼키더라도, 내년을 향한 희망은 충분히 가져볼 수 있다. 내년에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12승 이상을 기록했던 좌완 에이스 장원준과 2009년 다승왕 조정훈(단,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이 돌아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롯데가 그들과의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리그에서 단연 돋보이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을 통해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년의 현대 유니콘스는 5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하며 압도적인 전력으로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제압했다. 어쩌면 2014년의 롯데 자이언츠도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 올해는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이 오랜만에 쓸쓸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좀 더 큰 꿈을 꾸게 될 지도 모른다.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은 올해로 멈췄지만, 내년을 향한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일보 후퇴가 마냥 후회스런 일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2014시즌 롯데자이언츠가 기대되는 이유다.
// 김홍석(야구 칼럼니스트)